휴식과 여행사이

요르단 7박 8일 여행기: 사해 - 마다바

call me uenbi 2023. 12. 23. 01:28

30.12.2022

아침 일찍 일어나 렌터카를 끌고 사해로 향했다. 아카바에서 사해까지 대략 250km 이번 여행에서 단거리 주행 중 가장 긴 코스이다. 대략 3시간 반 잡고 이른 오후에 도착하여 오후 내내 사해에서 해수욕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아카바에서 사해로 향하는 길. 일명 Dead sea highway

아카바와 수도 암만을 이어주는 65번 고속도로, 일명 사해 고속도로라고 불리운다. 이유는 아카바 혹은 암만에서 (요르단에서) 사해를 방문하려면 이 고속도로를 꼭 타야 한다. 시원하게 뻗는 고속도로에는 종종 이렇게 낙타 주의 표시가 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요르단에서 낙타를 본 적이 없어서 표지판만 봐도 설레했다. 이 사진을 찍고 난 뒤 낙타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정통으로 마주한다 ㅎㅎ

간혹 고속도로 나 옆 황무지에 폐타이어 혹은 타이어 조각이 널브러져 있다. 아무래도 사막 고속도로에서, 특히 기온이 높을때, 고속으로 달리다가 타이어가 빠르게 닳으는 것 같다. 이 동네에서 운전하려면 여분 타이어는 필수로 보인다 ㅎ 

사해 암만 방향 뷰 포인트

드디어 염전으로 시작해 사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해를 두고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이 나눠지는데 문득 이스라엘 쪽에서 본 사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요르단의 물가가 훨씬 저렴하므로 이번 여행은 요르단에만 머무는 것으로 만족 :) 휑한 황무지이지만 그래도 곳곳에 오아시스처럼 물가에 덤불들을 볼 수 있다. 사진엔 담지 않았지만 사해를 따라 리조트들이 쭉 들어서 있다. 리조트 건물 외에는 주변에 아무것기때문에 대부분 리조트에 속한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고 스파를 즐기러 오는 듯했다. 일정에 여유가 된다면 리조트에서 며칠 묵는 것도 사해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

리조트 룸에서 바라 본 사해
사해 해수욕

긴 이동 끝에 체크인을 하고 짧은 휴식을 가진 뒤 리조트 해변으로 달려갔다. 내 기억으로 오후엔 기온이 20도 남짓 이었는데 바람이 불면 은근히 쌀쌀했다. 사해 쪽은 연중 기온의 변화가 크게 없어서 여름에 오면 너무 높지 않은 기온에서 적당히 해수욕하기 좋을 것 같다.

 

사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2016년 기준 해발 -430.5m이며 지표에서 가장 낮은 곳이다. 사해는 요르단 강에서 물이 흘러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없는데 - 즉 바다가 아니라 호수이다 -연중 기온이 높아 물이 증발하여 연중 내내 일정한 수위를 유지한다고 한다. 물에 칼슘과 마네그네슘 함량이 많아 박테리아나 다세포 외 생물이 존재하지 않으며, 높은 염분 때문에 우리에게는 흔히 수영을 하지 않아도 몸이 뜨는 신비한 호수로 알려져 있다. 나무위키에서 찾은 흥미로운 사실은, 물이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가질 줄만 알고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인색한 사람을 짠돌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건가?

 

여하튼 수영을 잘 못하는 나에게는 반가운 사해이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서 발이 땅이 닿지 않자 겁을 먹고 얕은 곳에서만 머물렀다. 아무리 부력으로 몸이 뜬다고 하더라도 내 키보다 깊은 물에 들어가는 것은, 사해라도 무섭기는 마찬가지 였다. 남친 D 는 성큼성큼 들어가더니 한참을 수영했다 - 물 위에 누워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이후 해변 한쪽에서 머드 마사지 (?)를 할 수 있었는데 해 질 녘에 바람까지 불어 후다닥 체험 정도만 하고 리조트로 돌아왔다.

사해에서 마다바 가는 루트

31.12.2022

다음날, 조식을 든든히 먹고 사해를 뒤로한 채 마다바로 향했다. 사해에서 마다바까지는 대략 37km. 전날 이동한 거리에 비하면 상당히 가까웠다. 마다바는 비자틴시대의 모자이크 유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구역성경에 언급될 정도로 유서 깊은 도시이자 다양한 기독교 종파와 교회로도 유명하다. 요르단에서 가장 기독교 인구가 많기도 하다. 사실 마다바는 예정에 없던 여정이었지만 요르단 북쪽까지 힘들게 올라왔는데 바로 남쪽으로 향하기에는 아쉽고, 또 페트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서 점심도 해결할 겸 들리기로 했다. 

사해에서 마다바로 가는 길목은 완만하고 높은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간에 해발 700미터 느보산이 있다. 더 이상 교회를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예전에 어렸을 적 얼핏 성경에서 느보산이 언급된 것이 기억난다. 느보산 입구에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성지순례를 하러 온 관광버스로 붐볐다. 성지순례 관광객 중에는 한국인들이 꽤 보였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라 반가웠다. 

사해에서 마다바 가는 길에 있는 느보 산 입구
느보산 입구 다른 방향

우리는 갈 길이 바빠서 잠시 기념사진만 찍고 바삐 마다바로 이동했다. 나무가 거의 없는 능선이라 그런지 바람이 상당했다. 

마다바 시내

얼마 안가서 마다바 도착. 여느 작은 도시와 같이 여러 가게들이 무질서 속 질서 처럼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곳은 마다바의 보석 상가가 모여있는 곳. 마다바 시내에는 다양한 유적지가 몰려있는데 모두 보도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이 붙어있어 콤팩트하게 둘러보기 편리하다. 우리는 굵고 짧게 아래 4곳을 들렸었다.

 

마다바 유적지 둘러보기

마다바 고고학 공원 실내 모자이크
마다바 고고학 공원 야외 모자이크

ㄴ Madaba Archaeological Park 마다바 고고학 공원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방문 가능한 (얼마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고고학 공원은 야외와 거대한 홀이 있는 실내로 나눠져 있고, 추상적인 무늬부터 당대 삶을 묘사한 장면까지 다양한 모자이크 유적을 볼 수 있다. 다른 마다바 유적지에서도 느꼈지만 모자이크 보존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반증. 큰 홀에 위치한 거대한 모자이크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세례 요한 기념 교회 종탑 꼭대기, 멀리 보이는 마다바 시내 전경

ㄴ St John the Baptist Roman Catholic Church 세례 요한 기념 교회
여느 중세교회처럼 종탑이 있고 꼭대기에서 마다바 시내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올라가는 철제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고 좁은데 고소공포증 있는 나는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진땀 뺐다. 종탑 꼭대기의 펜스도 왠지 덜렁거리는 것 같고 무튼 올라간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듯함. 나는 종탑 꼭대기에서 밖으로 차마 나가지 못하고 남친 D만 밖으로 나가 마다바 시내 전경을 구경했다. (사진) 나는 더러운 창을 통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종탑이 아닌 지하에 마련된 아크로폴리스 전시실이었는데,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지하 동굴을 내려가면 더욱더 오래된 유적까지 볼 수 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습도가 올라가는데 역시 유적의 보관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지만 외부 방문자를 위해 지하 깊은 곳까지 개방한 것이 신기했다. 결론적으로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교회였다.    

 


https://namu.wiki/jump/ezP2%2BK2uFJZnFH4IVoSbG7RD%2BtUtUX7Lqh17Vt5Lk%2BFlfcjaZHsjxhGjMfLBdqZcFDMDE7hnQyR%2FJyp3giVFuJpeNoxnZMMwNXtMT4%2Fumlr0WEpufvCLz%2BtTaS3B3MuP


ㄴ St George's Greek Orthodox Church 성조지 그리스정교회와 모자이크 지도
역시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방문할 수 있는 성조지 그리스정교회가 유명한 건 단연 교회바닥에 자리 잡은 모자이크 지도 때문이다. 교회자체는 생각보다 작고 평범하다. 하지만 모자이크 지도만으로 방문 가치는 충분하다 - 현존하는 비잔틴 시대 지도 중 가장 크고 세밀하다고 한다. 역시나 상당 부분 훼손되었지만 일부 보존되어 있는 모자이크 지도에는 사해, 카이로, 예루살렘 등 당시 또 현재의 주요 성지와 지역 특징이 아이콘화 되어 있으며, 현대 지도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성조지 교회 주변에는 이 모자이크를 활용한 기념품들을 많이 파는데 마다바의 상징인 모자이크 조각을 간직하는 것도 마다바를 기억하는 방법 중 인 것 같다. 나도 기독교 신자인 엄마를 위해 냄비받침 구매했다 ㅎㅎ 아쉽게도 이때 찍은 사진을 용량 때문에 다 삭제해 버렸다; 대신 위키피디아 첨부해봄.

 

마다바 사도교회 옆 길

ㄴ Apostles Church 사도 교회

사진 속 보이는 것처럼 낮고 구불구불한 능선의 지붕이 독특한 교회이다. 이곳은 시간이 촉박하여 아쉽게도 외관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구글 검색으로 보면 내부도 외관 못지않게 독특하고 상당한 모자이크 유적 있는 것으로 보인다.

ㄴ Mansaf 만사프

유적지 탐방을 마치고 와디무사(페트라)로 향하기 전 점심식사. D가 마다바를 가기 전부터 이곳에서는 만사프를 꼭 먹어봐야 한다며 노래를 불렀다. 열정적으로 찾아낸 이 만사프 식당은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팬시한 인테리어 X) 현지 밀착 체험을 추구하는 D 취향에 꼭 맞았다. 만사프는 요르단을 대표하는 요리인데, 다른 요리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티안 서안지구 등 요르단 주변 국가에서도 많이 먹는다. 우리는 마다바에서 한번, 붉은 사막 베두인 캠프에서 한번 이렇게 두 번 먹었다. 육수로 지은 밥에 염소, 양 혹은 닭고기와 건포도, 요구르트와 함께 먹는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건포도와 밥의 조합이 영 어색했다. 뭐 그래도 독일의 밀치라이스 (우유와 함께 끓인 쌀죽과 시나몬, 설탕을 혼합한 디저트?) 보다는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이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와디무사로 향할 시간. 마다바에서 와디무사까지는 대략 216km.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지기 전 와디무사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와디무사로 향하는 길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와디무사로 연결되는 도로는 그 유명한 왕의 대로 (King's Highway)로 끝없이 펼쳐진 사막산맥과 구불구불한 도로가 장관이다. 시간이 촉박한 걸 알면서도 몇 번이나 차를 멈춰 세울 정도로 지나가는 곳곳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위에는 버려진 파노라마 바? 파노라바 화장실이라고 불러 된 될 만큼 초라한 컨테이너이지만 왠지 모르게 운치 있다.

 

버려진 트럭의 짐칸. 왠지 아랍어와 빛바랜 녹색과 녹의 조합, 그리고 작은 나무까지 일부러 세팅해 놓은 것 마냥 조화롭다.

 

해 질 녘 무렵, 정말 멈출 수밖에 없었던 순간. 2022년의 마지막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새해 전야- 하지만 이때부터 우리는 촉박해지기 시작했다. 남친 D 는 유독 야간 운전을 꺼려했는데 라식수술을 받은 이후로 유독 밤에 눈부심이 심하기 때문이다. 나는 운전도 못할뿐더러, 나 또한 라섹 이후 야간에는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진다. 장거리 이동으로 피로해진 우리는 투닥거렸는데 막판에 안개가 심하게 끼는 바람에 긴장되어서 그런지 서로를 다독이면서 화해했다. 다행히 해가 지고 얼마나 지나지 않아 무사히 와디무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