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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7박 8일 여행기: 와디무사 - 페트라 (1)휴식과 여행사이 2023. 12. 27. 20:34
31.12.2022
늦은 저녁 페트라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와디무사에 도착했다. 우리는 새해 전야인 만큼 나름 팬시해보이는 인테리어의 Mövenpick 리조트 머물렀다. 호텔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저녁 외에는 딱히 없었고 (호텔 예약 후 디너에 참여할 의향이 있냐고 이메일이 왔는데 우리는 도착 시간도 애매하고 가격도 인당 100유로로 꽤 있었던 터라 생략했다) 호텔 안에 위치한 바도 문을 닫았다. 체크 인 후 나름 치장을 하고 호텔 로비로 내려와 다른 관광객을 찾아보았지만 호텔 라운지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있는 몇몇의 중국인 그룹만 있을 뿐, 새해 전야를 축하하는 파티는 없었다. 잔뜩 실망을 한 우리는 호텔 구석구석 둘러보고 다음날 나름대로 괜찮았던 조식으로 만족해야 했다.
01.01.2023
2023년의 새해가 밝았다. 날씨는 1미터 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에 돌풍까지 불었다. 페트라를 볼 수는 있는 걸까.
우리는 딱 이날 하루만 이용가능한 패트라 1일권을 예매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행히도 조식을 마칠 즈음에는 돌풍도 가라앉고 안개도 조금 걷힌 상태였다. 우리는 약 5시간이 예상되는 페트라 트레킹을 위해 만만의 준비를 하고 렌터카를 끌고 페트라 방문자 센터를 향했다.
페트라 트레킹 필수품
선글라스
얼굴을 감쌀 수 있는 스카프
물병
간단한 식량 (바나나, 에너지 바 등)
장갑
트레킹 화
현금
요르단 패스 + 여권
1월의 페트라는 바람이 많이 분다. 최대한 얼굴을 감쌀수 있는 후드 형식의 점퍼와 스카프는 필수. 모래 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할 선글라스도 필수. 몇 시간씩 트레킹을 하면 추울 때도 더울 때도 있다. 컨디션에 맞춰 겉옷을 벗을 수 있도록 얇은 옷을 겹겹이 입는 것을 추천.
페트라 입장
페트라 방문이 목적인 관광객이라면 요르단 패스를 통해 페트라를 포함한 주요 관광지를 입장할 수 있다.
물론 따로 페트라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지만, 요르단 패스는 입국 비자 비용과 페트라(및 주요 관광지) 입장료 모두가 포함한 금액으로 요르단 패스를 이용하는 게 조금 더 저렴하다.
요르단 패스 정보 > https://www.visitpetra.jo/Pages/viewpage.aspx?pageID=138
페트라 트레일
우리는 패트라 1일권을 예매했기 때문에 대략 왕복 5시간을 잡았다. 수도원까지 거리가 꽤 되고 알카즈나 이후 언덕지형이 많아 막판에 지칠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을 잘해야 한다. 특히 겨울에는 바람이..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기 때문에 생각보다 여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 우리는 가장 정석인 루트를 따랐다.
시크 > 알카즈나 > 왕가의 무덤 > 비잔틴 교회 > 라이온 템플 > 라이온 크리클리니움 > 수도원 > (돌아오는 길) 까사르 알 빈트 > 대사원 > 열주거리 > 분수 > 원형극장 > 파사드거리 > 알카즈나 > 시크
이 경로를 따르면 "희생의 재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하이라이트는 다 둘러보는 셈. "희생의 재단"은 시크에서 왼쪽으로 꺾어야 되는데 다른 하이라이트와 동떨어져있어서 상당히 돌아가야 했고, 우리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왕가의 무덤으로 향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안에 다 돌아보기란 엄청 빡빡하다. 대부분 시크 > 알카즈나 > 왕가의 무덤 이 구간에서 사진을 엄청 찍고 에너지를 소비한 후, 나머지 구간은 사진찍을 기운도 없이 그냥 열심히 언덕길을 걷는다. 위성지도에서 보다시피 수도원 구간은 산악지대이며, 상당히 가파르고, 미끄럽고, 보폭이 좁다. 때문에 나이가 있고 무릎이나 다리가 불편한 경우에는 수도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로컬인 베두인들은 이 구간을 당나귀를 타고 뛰어 다닌다.) 2/3일 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매일 구역을 나눠서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방문자 센터
근처에 주차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지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방문객 센터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명소답게 다양한 언어로 된 페트라 지도가 구비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어랑 독일어를 집어 들고 매표소 줄에서 한 컷. 지도 뒤편에는 페트라가 워낙 크고 일부구간은 꽤 험난하기 때문에 각종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이 중 절벽구간인 시크 (Siq)에 금이 가고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는 부분은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입구에서 시크로 향하는 길 입구에서 시크(Siq)로 향하는 길. 서서히 바위를 깎은 조형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첫 무덤인 Djinn 블록이 등장한다. 이 구간은 가장 쉬운 단계로 평지에 폭도 넉넉해서 당나귀를 타고 싶으면 여기서 타길 추천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부터 베두인들의 시작되는 당나귀 타기 호객행위..
시크 (Al Siq)
페트라 유적지로 향하는 좁은 협곡 시크. 드디어 시크 협곡이 시작된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랄까. 폭은 2-4m로 들쭉 날쭉하며, 결코 넓은 폭은 아니지만 1월 기준으로 너무 붐비지 않고 적당히 지나갈 만했다. 간간히 당나귀, 마차등이 지나갈 때는 속도가 상당하므로 주의해야하 한다. 기온이 올라가는 봄에는 상당히 붐빌 것 같다. 시크의 양 돌벽 옆으로, 사람 허리 높이쯤, 돌을 깎아서 수로길이 만들어져 있다. 물론 세월이 흘러 많이 닳아 있지만 자연을 이용한 배수로를 고안한 나바테안 인들의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다. 간혹 벽면에 낙타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풍화침식으로 낙타 발만 남아있다. 사실 이것도 그냥 보면 거의 못 알아볼 뻔했는데 한 투어 가이드가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엿들어서 알게 되었다 ㅎㅎ
1.2km의 짧은 협곡을 지나면 그토록 기다리던, 페트라 유적지의 상징, 대망의 하이라이트 알카즈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알카즈나
시크에서 바라본 알 카즈나 정면. 이 장면이 페트라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두 절벽사이로 일부만 보이는 40m 높이의 알카즈나의 모습은 2천 년 전 고대 페트라 도시의 시작을 알리는 티저 이미지와 같다. 학창 시절 지리와 역사에 관심에 많았던 나의 꿈, 세계유산 여행 중, 그 첫 유적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알 카즈나. 페트라 유적지의 하이라이트. 알 카즈나. 영어로는 더 트레져리. 전설에 따르면 파라오의 유품이 묻혔다고 하나, 아직 까지도 건축목적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내부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1층 기둥 앞쪽으로 환풍구가 있는 것을 보면 지하 공간도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페트라 건축이 그렇 듯 정교하게 조각된 코린도 양식의 외부 경관이 하이라이트이다. 알카즈나는 대략 40m 높이이며, 맞은편 절벽에서 올라가면 전체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있다.
알카즈나 앞은 수많은 관광객들과 베두인 상인들로 정신이 없다 여기서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이 뷰 포인트를 올라가는 짧은 얻덕길이 있는데, 펜스로 막혀 있지만 한 곳 사람이 지나갈만한 공간이 나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며 가이드 명목으로 추가 입장료 (?)를 요구하는 베두인 소년들이 있었다. 외관으로만 봐도 10대 초반인 어린 친구들이었다. 인당 10 디나르(현재 기준 30유로로 적지 않은 금액)를 요구하는데, 물론 불법이다. 그 친구들이 잠깐 다른 데서 쉬고 있을 때, 잠깐 올라갔다오려고 들어가는 순간, 그들이 나타나서 어김없이 돈을 내라고 한다. D와 나는 우리끼리 잠깐 올라가서 사진만 찍고 싶었지만 막무가내인 이 어린 친구들과 더 이상 씨름하고 싶지 않아서 포기하고 돌아서는 찰나, 나는 조용히 대장으로 보이는 친구한테 얘기했다. 우리는 멀리서 페트라를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고, 입장료며 숙박이며 모든 경비를 부담했는데 페트라 안에서 또 입장료를 내야 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 순간 절벽에서 내려온 다른 관광객의 한 마디, 왜 입장료를 또 내? 우린 그냥 올라갔다 왔는데? 그리고 정적. 그제야 그 베두인 친구는 본인들의 요구가 말도 안 됨을 인정하고 친절히 우리에게 길문을 내어줬다. 어디서 왔냐며, 저 쪽이 사진 찍기 좋다며, 무슨 말을 해도 대답으로 10 디나르를 외치던 사기꾼의 모습은 사라지고 여느 또래 아이처럼 천진한 모습이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지만, 그럼에도 페트라에서는 현지인과 거래할때 조심해야 한다. 요르단 정부로부터 특별히 페트라 내 상업활동을 허가받은 베두인들은 곳곳에서 기념품과 당나귀 체험으로 관광객에게 접근한다. 물론 여느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상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들 중 인적이 드문 틈을 따 여성 관광객을 성폭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몇번 있었다. 홀로 혹은 여성들끼리, 해질녘이 지나 관광한다면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 외부로부터 협곡으로 고립 되어있는 페트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그 지리를 훤히 알고 있는 현지들에게 가장 유리할 테니.
왕가의 무덤
한 무덤 안쪽에서 중심도로를 바라본 전경 알카즈나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바삐 왕가의 무덤으로 향했다. 이 구간부터 루트가 다양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관광객이 분산된다. 왕가의 무덤은 알카즈나에서 나와 페트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에서 오른쪽 언덕이 위치해 있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또 다양한 형태의 무덤들이 즐비해 있다. 내부도 구경할 수 있는데 대부분 텅 비어있는 공간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구렁이 마련된 이 있다. 레스토랑을 제외하면 딱히 화장실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소변들 이곳에서 보는지 찌린내가 상당했다. 한참을 둘러보고 우리는 다음 여정을 살펴보면서 휴식을 가졌다. 아직 반 밖에 보지 않았는데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페트라의 관광 외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읽고 싶다면 이 블로그 글을 추천한다.
http://www.startour.pe.kr/local/mediterranean/Guide_Jordan-Petra.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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